2006년 10월 12일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
학생 때 가족끼리 패키지로 여행을 간 일이 있다.
그때 우리 부모님은 물론이고 다른 부모님들도 자신의 아이들 사진은 열심히 찍어주시면서 정작 자신은 잘 찍으려 하지 않았다. 그걸 보고 가이드가 물었다. 왜 사진을 안 찍으시냐고. 그러니까 아줌마나 아저씨들이 당연하다는 듯 웃으면서
"아니 이 나이에 찍어서 뭘해. 늙은 얼굴 나와 사진 추해지게. 젊고 예쁜 우리 애들이나 찍어줘야지."
그러자 가이드가 웃으면서 받아쳤다.
"그러지 말고 찍으세요. 앞으로의 인생에서 가장 젊을 때가 지금이시라구요?"
생각해보면 그렇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는 항상 지나간 때와 지나간 젊음에 대해 후회한다.
아직도 젊고 어린 나도, 일년 혹은 이년 앞을 뒤돌아보며 '아 그때로 돌아가면 좋을텐데. 그러면 이런것도 하고 저런것도 하고...조금 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었을텐데.'하고. 아직 20대인 나도 그러니 나이가 더 드신분들이야 오죽할까. 그때 이랬으면 달라졌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실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고도 공평한 사실로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으며, 그러므로 지금이 남은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라는 것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깨달은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내가 얼마를 살아왔건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젊다.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 내 앞에 남아있다. 비록 살아온 세월에 반비례하여 줄지라도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걸 살리느냐 못살리느냐일 뿐.

살면서 사람은 많은 선택을 한다. 인생의 방향을 전부 틀어버리는 선택도 있고 매우 작은, 예를 들면 물을 마실까 쥬스를 마실까 쥬스를 마신다면 어느 쥬스를 먹을까 하는 별반 지장이 없어보이는 선택도 있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즐거움일 때도 있고 두려움과 부담이 될 때도 있다. 인생을 뒤흔들 선택 앞에서 즐겁에 웃으면서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믿지 않는다. 그건 그만큼 중요한 선택이 아닌 것이다. 본인은 자각 못해도 이미 큰 선택을 다 한 후에 자잘한 선택을 하는 단계겠지.
'선택'을 끝마쳤다면 남은 건 하나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똑바로 갈것. 옆길을 계속 갸우뚱갸우뚱 거려봐야 의미가 없다. 이미 내 길은 그 길과 달라졌기 때문에. 또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마치 거대한 메이즈 속에 들어가 헤맬때 옆의 길은 수풀에 가려 정확히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렇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 끊임없이 옆의 길이 맞는 걸까 아닌 걸까. 고민을 하고 되돌아가볼까도 생각하고. 점점 앞으로 나아갈 수록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그리고 그게 무서워서 고민을 하는 채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과연 이길일까를 의심하면서.
메이즈와 인생은 분명 달라서, 길도 하나가 아니고 출구도 하나가 아니다. 그리고 길은 끊임없이 변한다.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미로처럼. 그러니 신중하게 길을 선택했다면 자신을 믿고 나아가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이길이 아니라고, 확신을 했을 때는 과감하게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중에서는 멋진 사람들도 있었고 떠올리기 조차 싫은 사람들도 있었다. 다행히 멋진 사람들의 기억만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지금도 기쁘게 하는데 그중 한 사람은 나이가 35인 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32살까지 국내의 잘나가는 모기업에서 일하던 사원이었다고 한다. 잘나간다고는 못해도 모자랄바 없는 정도의, 평범한 사원으로써 별달리 걱정없이 돈을 벌면서 살아갈 수 있었던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던 일에 심각한 회의를 느끼고 심사숙고를 거듭한 끝에 그 일을 그만두고 영국으로 유학와서 디자인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녀에게 집안에서 반대가 심하지 않았냐 했더니 그랬다며 웃었다. 무섭지 않았었냐고, 굉장하시다고 정말 용감하다고 감탄의 말을 던졌더니 좀 쑥스러워하면서 대답하길,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를 때라잖아요. 의욕도 없는 일을 계속하면서 낭비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까웠거든."
그러면서 지었던 굉장히 만족스러운 웃음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불안하기는 해도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그녀가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보였기에.
얼마전까지 나는 내 인생의 틀이 이미 대충 결정된 거 같다고 많이 아쉬워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더 많은 걸 해둘걸. 조금 더 많은 길을 모색할 걸, 하고.
그러나 나는 이제 겨우 20여년을 살아왔을 뿐이다. 만약 내가 별 사고나 병이 없이 무탈하게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했을 때 내 앞에 남은 인생은 내가 살아온 인생의 세배가 되는데, 전체의 1/4밖에 안 왔으면서 그 짧은 탐색으로 어째서 모든 게 다 결정되었다고 생각해버린 것일까. 길은 아직도 앞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며 변하고 만들어지기 마련인데.
지금껏 살아온 시간의 세배의 시간 동안 후회만 거듭하며 옛날을 그리며 산다면 그보다 허무하고 그보다 재미없는 게 어디있을까. 즐기기에도 모자란 시간인데.
그러니까 후회하지 않도록 쉴새없이 돌아보고 탐색하며 선택하여 용감하게 움직이자. 내 인생, 가장 젊은 바로 이 순간에.
# by | 2006/10/12 23:16 | Entrance | 트랙백(15)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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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저도 용기가 솟아요, 캄사합니다 으엉엉ㅠ_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정말 하고 싶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근데 그게 쉽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가 힘들뿐더러 그 일을 하기 위한 과정에서 때로는 많은 지출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폐단인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변의 경우에서도 그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의 젊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잘 해야할지를 고민하기 이전에
먼저 돈부터 벌어야 하고 학벌도 좋아야 하며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사는것 이런 고민부터 먼저하게 되는 사회가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제가 문제인식을 제대로 하지 않은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의 사회를 보면 그렇다는 말이죠
물론 이런저런 고민없이 자기가 진정으로 자기 인생 제대로 사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런분들을 보면 요즘의 보통사람들(?)과는 다르게 부를 많이 축적해 놓았든지, 아니면 명예가 드높은 사람이든지 하는 제약이 덧붙더군요
아, 이오공감 축하드려요. ^^
변변찮은 말에 힘을 얻었다하시니 제가 더 감사하고 부끄럽고 하네요. 모두들 힘내서 삽시다!/ㅅ/<-
덧. 비공개님 가이드언니가 아니라 오빠...임.(...)